'엄브렐러 아카데미' 넷플릭스 시리즈 주요 설명

슈퍼 히어로의 탄생

넷플릭스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Umbrella Academy)'는 7명의 초능력자들이 주인공이며, 슈퍼 히어로 SF 드라마입니다. 이 7명의 초능력자들은 한날한시에 각기 다른 곳에서 기이하게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레지널드 하그리브스'에게 입양되어 엄브렐러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슈퍼 히어로로 육성되었습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이들의 집이기도 하며, '어벤저스(Avengers)'처럼 이들을 지칭하는 집단적 단어이기도 합니다. 7명의 초능력자들은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아빠인 '레지널드 하그리브스' 밑에서 남매로 자랐고, 그 안에서 나름 서열도 존재합니다. 각각 넘버 1부터 넘버 7까지 코드 네임도 가지고 있죠. 이들은 아빠의 지시 하에 어린 시절부터 각종 범죄를 소탕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추앙받았고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 되어 가는 듯했습니다. 

 

실패한 슈퍼 히어로

하지만 결과적으로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실패한 히어로 집단이 됩니다. 잘 나가는 듯싶더니, 작전 중 넘버 6인 '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어 모두 충격에 빠지고, 넘버 5는 갑자기 사라져서 몇 년째 나타나지 않게 되죠. 이후 남매들은 더 이상 아빠의 지시를 받지 않으려 하고 결국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세상에서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존재감이 사라져 갈 무렵 이들이 다시 모이게 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합니다. 

 

레지널드 하그브리스의 사망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창립자이자 아빠인 레지널드 하그브리스의 사망 소식에 남매들은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자신들의 원래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워낙 성과만을 고집하며 인간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아빠였기에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절대 죽지 않을 것만 같던 아빠가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죠. 하지만, 여전히 집을 지키고 있는 침팬지 집사 '포고'와 남매들의 엄마라고 할 수 있는 사이보그 '마그리드'의 일관적인 진술과 태도를 보았을 때, 아빠가 정말 돌아가신 게 맞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남매들은 아빠의 죽음으로 오래간만에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되지만, 반갑다기보다는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바쁩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돌풍과 벼락이 발생하고, 이에 놀라 모두 밖으로 나가 보니 십수 년 전 사라졌던 넘버 5가 하늘에서 13살의 모습으로 떨어집니다. 남매들이 모두 모인 것도 모자라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넘버 5까지 나타난 상황. 역시 레지널드 하그브리스의 죽음은 그저 일반적인 노인의 죽음이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과연 그의 죽음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주목해야 할 인물 '넘버 5(No. 5)'

'넘버 5'는 어째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일까요? 그것도 그가 사라졌던 그때의 모습으로. 우선 넘버 5의 능력을 말씀드리자면, 그는 순간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능력이기도 하죠. 넘버 5는 자신의 능력이 순간이동에서 그치지 않고, 시간이동까지 가능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 능력으로 여러 시간을 누비고 다니길 바라죠. 하지만 그의 아빠 레지널드 하그브리스는 시간이동 능력을 반대합니다. 아직 능력이 불완전하고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올지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13살의 사춘기 소년인 넘버 5는 밥 먹다 말고 집을 뛰쳐나가 자신의 아빠를 비웃듯 시간이동을 마구잡이로 해 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빠가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해 버리고 말죠. 넘버 5는  모든 것이 파괴된 한 미래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지구의 종말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고, 수많은 잔해들 속에 자신의 가족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죠. 식겁한 그는 다시 원래의 시간 선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능력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노인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 알 수 없는 미래에 갇혀 있던 것입니다. 다행히 넘버 5는 다른 남매들과 달리 매우 똑똑합니다. 13살의 몸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넘버 5는 지금 현시점으로부터 얼마 뒤 자신이 직면했던 지구 종말이 일어날 것임을 깨닫게 되었고, 종말을 막기 위해 그 원인을 찾아 나섭니다. 

 

통제할 수 없는 힘 '바냐 하그리브스(No. 7)'

'바냐'는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넘버 7입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막내 여동생 같은 느낌이죠. 그녀도 다른 남매들과 한날한시에 기이하게 태어났지만, 이상하게도 초능력이 없습니다. 입양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나 싶기도 하죠. 아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는 항상 그녀를 임무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그녀를 그저 쇠약한 여자 아이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 바나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사실 바냐는 세상을 날려버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죠. 바냐의 힘은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레지널드는 마치 그녀가 아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모두를 속여 왔습니다. 문제는 레지널드가 죽고 나서야 바냐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 바냐는 통제할 수 없는 힘을 서서히 분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 종말의 원인이 바로 그녀였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 모든 것은 계획된 일?

그런데 모든 것이 이상합니다. 아직 물증은 없지만, 마치 레지널드가 자식들을 다시 모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리고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다시 모인 후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까지도 레지널드는 모두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이들이 다시 모이지 않았다면 바냐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비밀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고, 지구 종말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레지널드는 지구 종말이라는 결말을 원했던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지구 종말은 남매들의 재회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었고, 이를 막기 위해 자식들을 모이게 한 걸까요?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이러한 궁금증을 계속해서 유발하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문제는 지금의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엄격한 레지널드가 있었기에 단합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오랜 시간 각자의 삶을 살다가 다시 만난 그들은 오합지졸 그 자체입니다. 사건을 해결하기는커녕 더 큰 문제를 만들기도 하죠. 세상에 이렇게 멍청하고 답답한 히어로들은 없을 것입니다. 

 

시간, 그리고 부작용(할아버지 역설: Grandfather paradox)

이 작품은 '시간(Time)'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합니다. 지구 종말이라는 미래를 알고 있는 넘버 5는 그 미래를 막으려고 하죠. 그런데 이 작품에는 '커미션'이라는 회사가 존재합니다. 커미션이 하는 일은 이 세상의 모든 시간대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즉, 일어나야 할 일이 제 때 일어나게 하여 미래가 바뀌지 않게 합니다. 그렇다면 왜 커미션은 시간을 관리하는 것일까요?  바로 '할아버지 역설(Grandfather paradox)'이라는 이론 때문입니다. 이 이론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자신의 할아버지를 증오했던 손자는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없앱니다. 문제는 할아버지를 없앤 시기가 자신의 엄마가 태어나기도 전이기 때문에 자신 또한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나, 존재하고 있기에 우주 시공간이 뒤틀리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커미션은 넘버 5가 미래를 바꾸려는 행위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지구 종말을 막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이 작품은 언뜻 보면 덜 떨어진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코미디 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에 비추어 볼 때 나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리즈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만나 볼 수 있으며, 지금까지의 슈퍼히어로와 조금 다른 매력의 히어로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이 작품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