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스(Vikings)'는 어떤 드라마일까?
드라마 '바이킹스'는 2013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되었으며, 넷플릭스에도 공개된 유럽 역사극이며 총 6개의 시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미국이나 영국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캐나다와 아일랜드의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의 대항의 시대를 열었던 바이킹족에 대해 다룬 드라마이며, 9세기경 실존했던 인물이자 바이킹의 전설적인 군주 '라그나 로드브로크(Ragnar Lodbrok)'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드라마 '튜더스'를 연출했던 마이클 허스트가 연출과 극본을 맡았으며, 트래비스 핌멜, 클라이브 스탠든, 캐서린 워닉 등이 출연하였습니다.
역사적 배경
이 드라마는 8세기말에서 9세기 초 북유럽과 잉글랜드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하였습니다. 실제로 유럽사에서 8세기부터 11세기까지는 '바이킹 시대'라고 칭할 정도로 바이킹족은 당시 유럽 전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집니다. 잉글랜드 역사에서는 793년 6월 바이킹 족이 잉글랜드 7 왕국 중 하나인 노섬브리아(Northumbria) 영토의 린디스판 수도원을 파괴한 것을 바이킹 시대의 시작으로 보며, 당시 바이킹족은 교회의 보물을 약탈하고 수도사들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노예로 끌고 갔다고 전해집니다. 드라마 '바이킹스'에서는 해당 사건을 초반부에 배치하여 바이킹 시대의 서막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라그나 로드브로크(Ragnar Lodbrok) vs 에그버트(Egbert)
이 드라마의 중심인물은 크게 2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일대를 다스렸던 바이킹족의 왕 '라그나 로드브로크'와 잉글랜드의 7 왕국 중 하나인 웨섹스의 왕 '에그버트'입니다. '에그버트'를 중심인물로 꼽은 이유는 드라마 전개상 웨섹스를 침략한 '라그나 로드브로크'와 대립하는 인물이면서, 잉글랜드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라그나 로드브로크(Ragnar Lodbrok)'는 8세기 초중반에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북유럽 역사에서 전설적인 바이킹의 왕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료가 거의 없어, 한국의 '단군'이나 '주몽'과 같은 전설적인 인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라그나 로드브로크(Ragnar Lodbrok)'에 대한 행적은 사가(Saga: 북유럽 중세 문학의 한 장르)를 통해 알 수 있으나, 이것은 역사적 기록이 아닌 영웅담, 무용담에 가까운 것이기에 이를 사실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드라마 '바이킹스' 역시 사가(Saga)의 내용을 가져와 각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에서의 '라그나 로드브로크'는 아주 진취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북유럽의 평민이자 농부였던 '라그나'는 잉글랜드 노섬브리아의 린디스판 수도원을 약탈하여 바이킹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자신의 본거지인 카테카트에서 왕의 자리까지 차지합니다. 그리고 다시 쳐들어간 잉글랜드에서 웨섹스의 왕인 '에그버트'를 만나게 되죠. 실제로 '에그버트'는 잉글랜드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입니다. 영국 역사에서 최고의 왕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알프레드 대왕(Alfred the Great)'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에그버트(Egbert)'는 802년 ~ 839년까지 웨섹스 왕국을 통치했으며, 통치하는 동안 머시아 왕국(소국 포함)과 노섬브리아 등을 장악하는 업적을 쌓았고, 브리튼의 통치자(브레트왈다)라는 엄청난 칭호를 얻었습니다. 드라마에서의 '에그버트'는 여우 같은 인물로 묘사됩니다. '라그나'와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그를 이용하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 배신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라그나 로드브로크'와 '에그버트'는 친구인 듯 친구가 아닌 관계를 유지하며 팽팽한 대립구도를 이어 나갑니다. 그리고 극 중 이들 사이에 아주 중요한 인물이 존재하는데 바로 '애설스탠'입니다. '라그나'가 처음으로 잉글랜드 노섬브리아에 도달하여 린디스판 사원을 약탈했을 때, 그 사원의 수도승이었던 '애설스탠'은 '라그나'의 일행들에 의해 포로로 끌려온 인물인데, '라그나'는 그를 몸종으로 취급하지 않고 가족으로 대해줍니다. 타 문화와 종교에 관심이 많았던 '라그나'는 '애설스탠'에게 잉글랜드의 종교와 문화에 대해 듣고 배우는 것을 좋아했고, 반대로 '애설스탠'은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기에 쉽진 않았지만 바이킹족의 문화를 점차 받아들였습니다. 어느덧 '애설스탠'은 '라그나'의 고문 역할을 하며 그의 원정길에 함께 오르기도 하죠. 그렇게 잉글랜드인이면서 바이킹족이 된 그는 '라그나'와 '에그버트' 사이에 교두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라그나'가 그랬던 것처럼 '에그버트'도 '애설스탠'에게 엄청난 호감을 갖게 되고, '애설스탠'이 자신의 곁에 남아 있어 주길 원합니다. 물론, '애설스탠'은 '라그나'와의 의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에그버트'의 제안을 거절했으며, '라그나'가 그걸 용납할리도 없었죠. 흥미로운 점은 극 중에서 '알프레드 대왕'의 생부가 '애설스탠'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다르면서도 비슷한 '라그나 로드브로크'와 '에그버트'가 팽팽한 대립구도를 형성하여 극의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즌 4까지만 봐야 하는 이유
드라마 '바이킹스'를 크게 둘로 나누자면, '라그나 로드브로크'를 비롯한 바이킹 1세대를 다룬 내용이 시즌 1부터 시즌 4이며, 시즌 5부터는 '라그나'가 죽은 뒤 그의 아들들의 일대기를 그린 내용입니다. 위에 소개했던 '라그나'와 '에그버트', '애설스텐' 등에 대한 내용은 시즌 4까지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라그나 로드브로크'라는 엄청난 존재감을 가진 캐릭터가 극의 중심을 잡고 있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시즌 5부터는 '라그나'가 워낙 많은 자식(아들)을 낳은 탓에 주인공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고 이들의 권력 다툼은 꽤나 산만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메타크리틱이나 로튼 토마토에서의 모든 시즌 평가가 좋은 편이기에, 시즌 5 전후에 대한 호불호는 단순 개인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바이킹족의 문화와 성향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하며, 사극과 영웅담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