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는 어떤 드라마일까?
'삼체'는 2024년 3월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미국 SF 드라마이며, 소설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주인공은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와 '고질라 vs 콩' 등에 출연했던 에이사 곤살레스와 '닥터스트레인지'의 친구인 베네딕트 웡 등이 맡았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삼체 시즌 1(8부작)에 투입된 전체 제작비는 1억 6000만 달러(한화 약 2153억)로, 역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작품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삼체(영어 제목: The three body problem)'의 뜻은 세 개의 물체 간 상호작용과 움직임을 다루는 역학적 언어라고 하는데, 우주물리학을 전공했거나 해당 학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제목조차 이해하는 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삼체를 시청하기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일반인의 관점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삼체(The three body problem)'의 의미는?
이 드라마의 주요 인물인 중국인 여성 예원제는 젊은 시절 외계인과 통신을 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소수의 집단이 현대시대까지 외계인과 소통을 이어오게 됩니다. 그들의 생김새도 언어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구의 인간보다 더 뛰어난 기술과 문명을 보유했다는 것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에 속하고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합니다. 태양이 하나이기 때문에 지구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연현상들이 일어나고, 인간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작용(공전, 자전, 중력 등)들을 통해 지구에 발생하는 자연현상(낮, 밤, 기후 등)을 물리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예측도 가능하죠. 다시 말해,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좋은 최적의 조건인 것입니다. 그런데, 극 중 외계인들이 살았던 행성은 태양이 3개입니다. 이를 다중성계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 극한의 자연현상이 발생하고, 이러한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이 물리학적으로 불가하다고 합니다. 즉, 3개의 태양은 외계인들의 삶에 예측할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극 중 주인공들이 가상현실(AR) 게임을 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 게임 속엔 3개의 태양이 하늘에 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뜨거운 기온에 말라죽어버리기도 하고, 너무 추운 날씨에 얼어서 죽어버리기도 하고, 뒤틀린 중력에 의해 죽어버리기도 하죠. 외계인들은 게임을 통해 자신들이 살아온 환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결국 '삼체'는 물리학적으로 답을 찾을 수 없는 역학이자, 외계인들이 살아온 세상인 것입니다. 그래서 극 중 외계인들을 '삼체인'이라고도 하며, 삼체인은 더 이상 혹독한 환경에서 살 수 없기에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모든 일의 발단 '예원제'
삼체 시즌 1에서 예원제는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중국에서 일어난 문화 대혁명(1966 ~ 1976년)으로 인해 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가 사람들 앞에서 죽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예원제의 아버지는 대학 수업에서 미 제국주의와 관련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가르쳤고, 이는 혁명에 반하는 일을 한 것이라며 혁명가들에게 숙청당한 것입니다. 예원제는 이를 계기로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죠. 이후 시간이 흘러 중국은 변화하고 있었고, 강제 노역을 하던 예원제는 물리학 재능을 인정받아 중국 정부의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고, 군사시설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일을 맡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8년 전 예원제가 우주로 보냈던 신호에 대해 외계인으로부터 회신을 받게 되죠. 회신을 통해 외계인은 "나는 평화주의자이며, 우리 종족이 너희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너희를 정복하려 할 것이니 신호를 보내지 말아라."라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이미 인간에게 환멸을 느껴버린 예원제는 기어코 신호를 보내고 말죠. 훗날 예원제의 공식적인 남편은 아니지만, 남편이라고 볼 수 있는 마이크 에반스(Mike Evans)가 삼체인 추종 단체의 수장을 맡게 되고, 삼체인과 소통하며 각종 명령을 수행합니다. 마이크 에반스를 비롯한 삼체인 추종 단체는 삼체인을 마치 신(God)처럼 생각하며, 사이비 종교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삼체인'의 목적
예원제의 신호 회신으로 지구와 인간의 존재를 알게 된 삼체인은 새로운 서식지로 지구를 선택하고, 지구로의 대이주를 시작합니다. 즉, 지구를 정복하려는 것이었죠. 그리고 삼체인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는 대략 400년의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죠. 그런데, 삼체인은 지구를 정복하는 데 아주 큰 걸림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문명 발달 속도이죠. 현시점 삼체인은 인간보다 월등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등한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단순 과학 기술이 아니라 정말 신(God)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 먼 우주에서 기이한 능력을 발휘하고 지구를 조종하려 합니다. 삼체인은 매우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의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손에 넣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본 삼체인은 발전 속도에 있어서는 인간이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대로라면 400년 후 지구에 도착했을 때, 지구 정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삼체인은 인류의 발전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첨단 기술과 마이크 에반스를 비롯한 삼체인 추종 단체를 이용하여 현재 인류 발전에 기여 중인 핵심 인물들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자 옥스퍼드 대학 동문인 '오기 살라사르', '진 청', '사울 듀랜드' 등 또한 과학 분야의 천재들로 삼체인과 삼체인 추종 단체의 타깃이 되고, 이들 중 누군가는 삼체인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삼체인에 맞서 싸우게 되죠.
총평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드라마를 보았기에, 중반부까지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볼 수록 마치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더욱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400년 후의 지구와 인간은 모습이 어떨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게 되면, 400년 후 인간의 종말이 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누군가는 자신과 상관없는 미래의 일이라 치부하고, 누군가는 후손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지구는 인간으로 인해 많은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인류 발전의 대가로 지구는 상처를 입고 있고, 그러한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가 시시각각 들려오고 있으며, 누군가는 이 소리를 외면하고, 누군가는 우리와 후손들의 터전인 이 지구를 지키려고 하죠.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심각성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는 실제 우리가 처한 상황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